[이예랑 대표] 스포츠에이전시 대표 이예랑 “미국엔 보라스…한국엔 나, 이예랑”

(주)리코스포츠에이전시 이예랑 대표가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스포츠에이전시 대표 이예랑 “미국엔 보라스…한국엔 나, 이예랑” [한국야구의 킴 응들 ⑧]

 

이예랑 리코스포츠 에이전시 대표가 스포츠경향과 만났다.
이 대표는 한국 프로야구의 간판스타 김현수와 박병호의 에이전트를 맡는 등 한국판 ‘스캇 보라스’로 정평이 높다. 박민규 선임기자


우리나라에서 프로야구 에이전트 제도는 2018년 2월1일부터 도입됐다. 햇수로 따져도 아직 3년이 안 된 걸음마 단계다. 그렇다보니 야구에서 에이전트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에이전트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야구 팬 중에서도 많지 않다. 흔히 연봉계약이나 FA협상을 할 때 선수 측에 서서 선수가 구단으로부터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게 조력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에이전트가 하는 일은 굉장히 많다.

에이전트는 그라운드에서 선수가 기량을 발휘할 때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선수의 나머지 일상을 모두 보조하는 사람이다. 필요하면 장비도 구해줘야하고 이적을 할 경우에는 살던 집을 팔고, 새로 살 집을 알아봐주는 역할도 한다. 선수가 휴식일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힘을 주는 것도 에이전트의 일이다. 일은 일일이 열거하자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스포츠에이전시 리코스포츠의 이예랑 대표(42)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프로야구 에이전트 중 한 명이다. 2014년 리코스포츠를 설립했고 7년 만에 야구를 포함한 축구, 골프, e스포츠 등에서 소속선수 100여 명에 직원 10명 정도를 거느린 회사의 대표가 됐다.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한국의 KBO 리그 에이전트 자격을 함께 갖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방송, 강연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에이전트의 일을 대외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에이전트에게 연봉이나 FA계약 협상이 대부분 마무리 되는 1월말은 2월 스프링캠프에 앞서 한 해를 준비하며 힘을 모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인터뷰를 하는 날 앞뒤로도 많은 선수들이 그에게 안부도 전하고 조언도 얻어갔다.

이예랑 대표는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공부했다. 실제 귀국해 방송인으로 활동도 하던 그는 2013년 미국에서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해 LG 김현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집에 원래 야구를 좋아하는 가족이 없다. 개인적으로 우연히 친구들과 한국에서 야구를 함께 봤고, 원래 미국에서부터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 흥미를 가졌다. ‘머니볼’ 등 영화도 재미있게 봤는데 전략적이면서도 분석적이고, 인간미가 있으면서 이야기도 있는 부분이 나와 잘 맞더라”고 말했다.

이예랑 리코스포츠 에이전시 대표가 스포츠경향과 만났다. 이 대표
는 한국 프로야구의 간판스타 김현수와 박병호의 에이전트를 맡는 등 한국판 ‘스캇 보라스’로 정평이 높다. 박민규 선임기자


처음에는 스포츠마케팅에 관심을 가졌지만 서서히 선수를 돕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 선수들의 미국 진출을 돕고 거기에서 오는 희열을 즐겼다. 리포터나 DJ로 넉살을 키웠던 덕에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줄기차게 참여하며 발을 넓혔고, 에이전트 자격증도 취득해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끌었다. 그가 이렇게 시작부터 큰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따지고 보면 아직 정확하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던 국내의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는 “돌아보면 여성이어서 그렇게 어려움이 있었다는 기억은 없다. 그것보다는 에이전트라는 직업 자체가 국내에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그 직업에 대한 편견과 맞서는 상황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한국에는 아직 여성 에이전트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 않고 미국에도 드물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여성 에이전트를 신기하게 봐주는 분위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던 부분도 있었다”며 “차별이 있었다면 힘들었겠지만 그런 걸 느끼지 못할 만큼 일 자체에 많이 몰입했었다”고 기억했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조금 더 선수와 공감하는 부분에서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 이 대표는 “내가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김현수, 양의지, 박병호 같은 선수들이 나를 인정해줬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본다. 굳이 ‘유리천장’이 있다면 그걸 깬 것은 나의 역량이라기보다 나를 믿고 선택해준 선수들의 몫”이라며 “물론 여성 에이전트라고 꺼리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아직은 편견없이 바라봐주는 많은 분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전트 업무에 대해 더욱 많이 알리기 위해 ‘응답하라 에이전트’라는 제목의 강의도 매년 진행 중이다. 이메일을 통해 에이전트의 꿈을 가진 이들의 사연에 답해주며 일을 알리고 있다. 이 대표는 “여성으로서 힘든 부분을 걱정하기 보다는 스스로에 대해 가진 편견을 버리라고 말해준다. 자신 주변에 둘러싸인 벽을 많이 생각하지 말고, 너무 많이 고민하지도 말고 열정과 가슴이 말하는 대로 쫓아가면 누구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방송됐던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가족들을 모두 붙들어놓고 시청했고, 많은 이들에게도 권하고 있다. 에이전트의 업무가 더욱 정확히 알려지고 하나의 전문직으로서 조명받을 그날을 위해 경주마 같은 그의 눈은 계속 앞을 바라보는 중이다.

스포츠 경향 하경헌 기자
출처: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144&aid=0000714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