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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랑 대표] 조선일보 지면 인터뷰

2024-01-30

[강호철의 스포트S라이트] 리코에이전시 이예랑 대표

‘제2의 이예랑’을 수식어로 만들 때까지 이예랑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리코에이전시 사무실에서 야구공을 든 채 자세를 취했다. 그는 “신뢰가 생명”이라고 했다. /장련성 기자

 

최근 국내 프로 야구 선수들이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때나 대박 계약을 터뜨릴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리코에이전시 이예랑(44) 대표. 그는 2023 시즌 후 김재윤(34·삼성), 안치홍(34·한화), 양석환(33·두산), 임찬규(32·LG),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영표(33·KT) 대형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올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올겨울 성사시킨 계약 총액 규모만 해도 약 500억원에 이른다. 백미는 고우석(26)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입단.

“12월에 파드리스와 줌 미팅을 하면서 계약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은 받았죠. 포스팅 데드라인 직전이었던 1월 2일 오후 되어서야 빨리 미국으로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시간이 너무 촉박해 일단 LG에 양해를 구하고 일본을 경유하는 샌디에이고행 비행기부터 탔어요. LG가 결국 허락을 안 해주면 일본에서 다시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었죠.”

일본행 비행기 안에서 LG 허락

다행히 일본으로 가기 직전 비행기 안에서 LG 구단주 허락이 떨어졌다. 일본에서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마감 시한(1월 4일 오전 7시) 4시간 전에야 샌디에이고에 도착했다. 고우석은 그때부터 메디컬 테스트를 받느라 시내 병원들을 돌아다녔고, 그동안 이 대표는 계약서를 검토했다. 최종 계약 승인이 떨어진 건 포스팅 마감 7분 전. 2+1년 총 940만달러(2년 450만달러 보장) 계약서가 힘들게 쥐여졌다. 이 대표는 “비행기에서 잠시 눈 붙인 게 전부였다. 1박 4일 출장이라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26)도 고객이지만 국내 매니지먼트 관리만 맡았다. 미국 현지에선 보라스코퍼레이션이 담당한다. 이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했던 이정후가 지금까지 성장하는 걸 지켜본 것만으로도 기쁘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할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에이전트는 흔히 ‘선수에겐 천사, 구단엔 악마’라고 불린다. 이 대표 위력이 발휘된 것은 2022년 시즌 후. FA(자유 계약 선수) 시장에 주전급 포수 4명이 나왔는데 그중 3명이 이 대표 고객이었다. 세 선수를 영입하려는 각 팀 제시액이 저절로 이 대표 귀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한 고객이라도 자신이 손해 본다고 느끼면 절대 안 된다. 서로 이익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협상마다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2020년 안치홍이 롯데와 FA 계약을 맺을 때는 국내에선 전례가 없었던 2+2년 ‘상호 계약 연장 조항’이라는 독특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국내 프로야구에선 구단 역시 모기업에 보고할 명분이 필요하다. 당시 얼어붙었던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은 게 그런 방식이었다”라고 했다. 당시 신선한 자극제가 된 안치홍 계약을 계기로 지금은 선수들이 각종 조건이 달린 계약을 하는 게 보편화됐다.

김현수 첫 계약 때가 최고 순간

첫 계약은 에이전트 1호 고객이기도 한 김현수(36·LG)의 볼티모어 오리올스 진출이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정말 기뻤어요. 첫 계약이기도 했고, 김현수 선수도 좋아했어요. 가끔 그때를 되돌아보면서 좀 더 경험이 많았다면 어떤 것을 더 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봐요. 사실 가장 행복하고 감동받을 때는 힘들 때나 좋은 일 있을 때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메시지 보내줄 때인 것 같아요. 선수들이 은퇴해도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에이전트가 되고 싶어요.”

이 대표에게 ‘아픈 손가락’은 강정호다. 3차례 음주 운전과 뺑소니 등 사생활에 문제를 일으켰고, 유망하던 메이저리그 생활이 일찍 끝났다. 2020년 국내 리그에 복귀하려 했지만 여론 반발로 무산됐다. 이 대표는 “강정호가 잘못했고, 모든 걸 용서받을 순 없다”면서 “에이전트는 고객이 어려울 때 보험처럼 함께 있으면서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가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리코에이전시가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이뤄낸 계약 총액은 2061억원에 이른다. 회사 창립 당시 야구 한 종목 10명가량이던 고객이 이젠 8종목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축구, 골프, 테니스, 당구 등도 담당한다. 당구 스롱 피아비(34), 테니스 권순우(27) 등도 리코 소속이다.

회사 안정…공격적 마케팅 추진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3~4년 전까지만 해도 에이전트 수수료(5%)로는 회사 운영비 마련하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에이전트나 해볼까’라고 덤벼드는 사람들을 정말 싫어해요. 이 직업이 만만치 않거든요. 남들은 시즌 후 두세 달 일하는 직업으로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선수와 계약해도 어느 정도 수익을 낼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도 필요해요. 무엇보다 선수는 물론 구단과 신뢰를 쌓지 않고선 살아남지 못합니다.”

리코에이전시 사무실은 서울 청담동 영동대교 근처.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그대로다. 이 대표는”이리저리 옮겨 다니기보다는 한곳에 오래 머무르는 게 더욱 믿음을 주는 것 같아서였다”고 설명했다. “회사도 좀 안정이 됐으니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에이전시가 아니라 종합적인 스포츠 마케팅 회사로 키워가고 싶다는 꿈을 이제 꾸기 시작했어요.”

☞이예랑은 누구?

1979년생으로 한영외고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노멀)에서 학사를 땄다. 미 지역방송국에서 일을 하다가 아리랑 TV 리포터로 활동했다. 미 캘리포니아로 유학을 갔다가 2014년 국내에서 스포츠 에이전시 회사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업계에 뛰어들었다.

기사제공 조선일보

 

기사 출처: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23&aid=0003813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