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news
LEECO
[이예랑 대표] 스포츠서울 인터뷰

2016-01-20

 

스콧 보라스, 앨런 네로 등 미국의 슈퍼 에이전트들은 이젠 국내팬들에게도 익숙하다. 보라스는 류현진과 추신수, 네로는 강정호와 추신수의 에이전트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도 멀지않은 미래에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당당하게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선수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그런 에이전트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 김현수의 볼티모어 입단을 이끌어내고, 미네소타 박병호와도 국내 에이전시 계약을 한 리코스포츠에이전시의 이예랑(37) 대표다. 18일 서울 청담동 리코스포츠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나 홍일점 에이전트로서 꿈과 포부를 들었다.

 

– 국내프로야구를 호령했던 강타자 김현수를 고객으로 두고 있고, 박병호와도 국내 에이전시 계약을 했다. 이 밖에도 권광민(시카고 컵스) 등 해외파와 국내선수들도 다수 고객으로 둔 것으로 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에이전트가 됐는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믿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과 사람에 대한 신뢰가 좋은 것 같다. 재작년 8월 김현수 선수와 계약할 때, 김현수 선수가 ‘나한테 거짓말만 안했으면 좋겠다.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누나는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고맙기도 하고 이 세계가 쉽지않았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또 하나는 세심하고 편안함이 여자로서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통 형은 대할 때 어려운 부분이 있어 무한정 부탁하기는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런데 여자는 좀 다른 것 같다. 깐깐함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누구랑 일을 하든 꼼꼼하고 깐깐하게 하는 편인데 때론 선수들로부터 시어머니보다 더 잔소리를 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그게 나중엔 좋은 평을 받는 것 같다. 어쨌든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선수들이 좋은 선택을 하게 해주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

 

– 김현수의 메이저리그행을 추진할 때 사실 미국 구단들에 낯선 국내 에이전트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시선도 있었다.

 

잘 알고 있고 재밌는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한국 에이전시 혼자만으로는 안될 것 같다고 하다가 미국 현지 스포츠마케팅 회사 WMG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을 알고는 ‘역시~’ 하는 것이었다. WMG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은 사실이지만, 계약의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큰 이름이 있을 때 구단 어느 누구도 만만하게 못 보는 게 있다.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다. WMG와 파트너십을 맺은 이유도 그런 이유다. 하나의 실수도 안 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많아 과연 누가 갈까 하는 시선도 있어 한 번 해보자 하는 투지가 솟기도 했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진짜 열심히 했다. 한국을 찾는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랑 잘 지냈다. 하도 야구장에 다니니 불쌍해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모두 예전부터 김현수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결국 선수가 잘 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해외 에이전시가 한국의 좋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가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에이전시만큼 한국선수를 잘 아는 선수는 없다. 나도 김현수를 얘기할 때는 아무 막힘이 없다. 성적은 물론 성격과 자세, 친척 친구까지 모든 것을 꿰고 있다.

 

– 아나운서, 영어강사 등 커리어가 다양한데 어떻게 에이전시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나?

 

에이전트 일을 시작한 것은 3년이 좀 넘은 것 같고, 법인(리코스포츠)을 세운 것은 2년이 넘은 것 같다. 처음엔 아는 선수들 상담에서 시작했다. 직업과는 상관 없이 예전부터 몇몇 선수들과 친분이 있었다. 그런데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계약금 10억원을 받고 건물을 사려고 하는데 어떻게 할지 등 물어오는 것이었다. 모르면 알아봐주며 성심성의껏 답해줬다. 직업이 아니라 말 그대로 편안하게 조언했다. 아나운서로 있을 땐 영어 할 줄 안다는 걸 알고, 미국에서 뛸 때 세금 환급 안 받은 것 있는데 받을 수 있을까 등을 묻는 선수도 있었고, 잊어버린 사회보장번호를 알아봐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의 어려운 점, 원하는 것들을 알게 됐고 진짜 도움을 주고 싶어 에이전트가 되고 싶어졌다. 각종 규약 등을 공부하는 재미에도 빠졌다. 본래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대한 두려움은 많이 없다.

 

– 어떤 에이전시가 되고 싶은가. 홍일점 에이전트로 어려움은 없나.

 

3년전 처음 에이전시가 됐을 때 무작정 윈터미팅에 가서 부딪혔다. 낯선 사람들과 인사하며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나 연구했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이 서로 소개할 때 ‘굿 에이전트’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무한테나 하는 말이 아니었다. ‘굿’의 의미는 일 잘하고 사람 좋다는 복합적인 의미일 것이다. 그런 에이전트가 되고 싶다. 선수들에게 정말 편안하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은퇴 후에도 항상 의지하고 상의할 수 있는 그런 에이전시가 되고 싶다.

남자들밖에 없는 세상이라 눈에 더 많이 띄어 더 조심하게 된다. 미국에 가면 한국에서 온 여자 에이전트가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본다. 그래서 조심스럽고, 도움이 되는 것도 있다.

 

– 비자를 받고 나서 김현수가 미국으로 출국할 때 동행해서 한 동안은 계속 안내자 역할을 할 것 같은데 일정이 어떻게 되나.

 

아직 비행기표도 못 끊었다. 20일 비자인터뷰를 받고 비자가 나오면 곧바로 떠날 것이다. 당초 LA 지역에 있는 볼티모어의 훈련장에서 상당기간 훈련하려고 했는데 오래는 못할 것 같다. 가자마자 곧 플로리다로 넘어가야할 것 같다. 그곳에는 이미 마이너리그 캠프가 차려져 있어 훈련엔 지장이 없다. 집도 구해야 하고 통역도 구해야하는데 좋은 사람을 찾다보니 오래 걸린다. 나는 일단 같이 나가서 두 달 정도는 쫓아다니며 볼 예정이다.

 

스포츠서울, 이환범 기자

기사 출처: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468&aid=0000103817